당뇨병은 오랜 시간 자각 증상 없이 진행되기 쉬운 만성 질환입니다. 조기 진단은 합병증을 막고 혈당을 정상으로 되돌릴 수 있는 결정적인 열쇠입니다. 하지만 어떤 수치를 기준으로 당뇨병을 진단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. 이 글에서는 대표적인 당뇨 진단법인 공복혈당 검사, 식후혈당 검사, 그리고 HbA1c(당화혈색소) 검사의 기준과 의미, 그리고 검사 결과에 따라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는지까지 상세히 안내합니다.
공복혈당 검사: 당뇨 진단의 출발점
공복혈당(Fasting Blood Glucose, FBG)은 당뇨병 진단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검사 중 하나입니다. 최소 8시간 이상의 공복 상태에서 혈액을 채취하여 혈당 수치를 측정하는 방식으로, 일반적인 건강검진에도 포함되어 있습니다.
정상 공복혈당 수치는 70~99mg/dL입니다. 이 수치를 넘어서면 의심 단계로 분류됩니다. 공복혈당이 100~125mg/dL이면 '공복혈당장애' 또는 '당뇨 전단계'로 판단하며, 이 상태는 아직 당뇨는 아니지만 향후 몇 년 내 당뇨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아 정밀한 관리가 필요합니다. 그리고 공복혈당이 126mg/dL 이상이면 두 차례 이상 검사에서 동일하게 측정될 경우 당뇨병으로 확진할 수 있습니다.
공복혈당 검사는 단순하면서도 진단 정확도가 높지만, 검사 당일의 컨디션이나 스트레스, 감기 등에도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. 따라서 정확한 판단을 위해선 반복 검사 또는 다른 검사와의 병행이 필요합니다.
중요한 점은, 공복혈당 수치가 정상이더라도 식후 혈당이 높을 수 있고, 이 역시 당뇨 진행의 신호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. 따라서 공복혈당만으로 안심하지 말고 다른 지표도 함께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.
HbA1c 검사: 지난 3개월의 평균 혈당
당뇨 진단에서 점점 더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검사 중 하나가 HbA1c(당화혈색소) 검사입니다. 이 검사는 최근 2~3개월 동안의 평균 혈당 수치를 반영하므로, 단발성 혈당 측정보다 더 객관적인 데이터를 제공합니다.
HbA1c는 포도당이 적혈구 내 헤모글로빈과 결합한 비율을 나타냅니다. 검사의 단위는 %로 표현되며, 수치가 높을수록 혈당이 오래 높았음을 의미합니다.
- 정상 범위: 5.6% 이하
- 당뇨 전단계: 5.7~6.4%
- 당뇨 진단 기준: 6.5% 이상 (두 차례 이상 반복 측정 필요)
HbA1c 검사는 금식이 필요 없고, 식사 시간과 무관하게 언제든 검사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. 특히 식후 혈당이 높지만 공복혈당이 정상인 '숨은 고혈당' 상태를 확인하는 데 매우 효과적입니다.
단, HbA1c 수치는 빈혈이나 신장질환, 임신 등 특정 조건에 따라 왜곡될 수 있으므로 필요에 따라 공복혈당 검사와 병행해 해석해야 정확한 진단이 가능합니다.
또한 당화혈색소가 6.0%를 초과했다면 생활습관 개선이 반드시 필요합니다. 6.5%가 넘는 경우에는 당뇨 약물 치료 여부도 검토되어야 하며, 이때부터는 합병증 검진도 병행하는 것이 좋습니다.
진단 후의 대처법: 수치보다 중요한 것은 대응
공복혈당이나 HbA1c 수치가 경계값에 해당하거나 이미 당뇨로 진단되었다면, 가장 중요한 것은 적극적인 대처와 관리입니다. 당뇨병은 한 번 걸리면 평생 관리해야 하는 질환이지만, 조기에 발견하고 잘 조절하면 합병증 없이 건강하게 지낼 수 있습니다.
우선 생활습관 개선이 기본입니다. 식이요법은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고, GI(혈당지수)가 낮은 식품 위주로 구성해야 합니다. 정제된 곡류보다 통곡물, 설탕 대신 천연 감미료, 그리고 충분한 섬유질 섭취가 혈당 조절에 도움이 됩니다. 하루 세 끼 식사 시간을 일정하게 유지하고, 과식이나 폭식은 피해야 합니다.
운동은 인슐린 감수성을 개선시키고, 혈당을 자연스럽게 낮춰주는 효과가 있습니다. 빠르게 걷기, 자전거 타기, 계단 오르기 등 일상에서 실천 가능한 유산소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이 좋습니다. 하루 30분 이상, 주 5회 이상이 권장됩니다.
그리고 정기적인 혈당 체크와 의료진과의 상담은 필수입니다. 특히 당뇨 초기에는 수치가 일정하지 않고 변동이 심할 수 있기 때문에, 가정용 혈당기를 통해 아침 공복, 식후 2시간, 잠들기 전 등의 수치를 기록해두면 의사의 판단에 큰 도움이 됩니다.
마지막으로, 스트레스 관리와 충분한 수면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. 스트레스는 코르티솔 수치를 높여 혈당을 상승시키고, 수면 부족은 인슐린 저항성을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. 당뇨 관리는 전신 건강 관리와 직결된다는 사실을 기억하세요.
당뇨병은 숫자로 시작되지만, 건강한 삶을 위한 행동으로 완성됩니다.
공복혈당과 HbA1c 수치는 진단의 시작일 뿐이며, 조기 진단 이후의 대응이 훨씬 더 중요합니다. 지금 혈당 수치가 정상이라도, 매년 검진을 통해 꾸준히 점검하고 생활습관을 관리하는 것이 필요합니다. 당뇨는 방심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충분히 관리 가능한 질환입니다. 지금 바로 혈당 체크를 시작해보세요.